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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열 / 나무

Ho-yeol Ryu / Baum(Tree)

 

single channel video, 3, 3840*2160pixels, 2019, 대한민국

 

작업의 근원적인 테마는 현실과 비현실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 또는 현상들을 컴퓨터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실로 만들고, 또는 비현실로 만들면서, 우리가 접하는 일상을 또 다른 시각으로 창조하고 있다. 새로운 비전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비현실의 현실화', '현실의 비현실화' 라는 단어가 나타내는 실체적 의미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탈 개념화' 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컴퓨터 안에서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많은 것들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날마다 마주하고 있는 그 일상적인 현실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든 것들은 기존일탈하여 새롭게 사고하기 시작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창조력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새하얀 초원 위의 나무, 끊임없이 흩날리는 나뭇잎들.

비디오 속의 무한반복을 보고 있으면 허무와 같은 아련한 슬픔과 동시에 바람소리, 나뭇잎의 부대낌, 초원의 우아한 흔들림에 맞춰 작지만, 끝없는 평원에 홀로 있는 듯 한 평화로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조화로움 속에는 절대고독과 평화로움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심리학자 Robert Plutchik은 감정의 수레바퀴에서 인간의 감정은 강도, 유사성, 양극성의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류호열의 작업에서는 차가움과 따스함, 침묵과 소리, 이성과 감성, 기계와 자연, 현재와 미래처럼 항상 양극성의 복합정서가 들어가 있다. 그는 컴퓨터로 인간의 감성을 생산해내고, 인간이 꿈꾸는 영겁 Eternity’의 세월을 구현하며, 그만의 이상적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Baum’(나무) 시리즈는 자연이 지니고 있는 생명력과 유려하게 품어내는 포용력을 담고 있다. 해마다 같은 듯, 그러나 똑같지 않은 자연의 순환은 질기고도 튼튼한 생명력의 발현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는 순수한 긍정적 수용력을 나무는 지니고 있다.

그리고 흰색. 모든 것을 받아들여 무한한 변신이 가능한 자유로움의 색채이자, 절대고독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금 모든 것을 회의하는 인간들의 일사불란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이 하얀 색의 나무가 지닌 무한한 자유로움과 긍정의 정화에너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