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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원 / 가치의 재구성

Ji-won Yu / Trace-Un(Building)

 

미디어설치, 453, 156, 2019, 대한민국

 

나는 최근 가치의 재구성이란 주제 아래 사회 안에서 버려지거나 무시되어 온 공간(장소), 오브제 또는 기억과 역사의 흔적들을 바탕으로 그것들을 이용하며 조각, 설치, 영상 작업들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장식적 가치에 관한 주제를 중심으로, 한 시공간 안에서 반복되는 생성과 소멸을 건축적 이미지들을 차용하며 표현하거나, 실제 건축 재료들을 이용하여 재구성하거나 재해석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개인이나 집단의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의 보이지 않는 가치, 또는 흔적들 역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작업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소중했던 순간의 일부분이었던, 그 순간 속에서 가치 있는 역할을 했던 공간과 오브제들. 그러나 시간과 함께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되고 버려진 것들을(한국전쟁 때 파괴된 후 버려진 집의 파편(전북 순창), 재개발지역의 철거를 앞두고 있던 낡은 집의 파편(광주 계림동), 시골 작은 마을 속에 버려진 집들의 파편들(전남 담양)) 모아 하나의 미장센(Mise-en-Scène)을 만들고, 그것들과 함께 우리 삶의 가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의미에서 제작됐다.

이 작업의 모티브가 됐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비교적 초기작인 <원더풀 라이프, 1998>. 이 영화 속에서, 죽은 이들은 7일간 연옥에서 머물게 되고, 그동안 자신의 삶 속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찾을 것을 요청받는다. 연옥의 직원들은 각각의 그 소중한 기억을 영화로 재현해내고, 마지막 7일째 되는 날 죽은 이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기억으로 구성된 영화를 관람하며, 오직 그 기억만을 생생히, 또 영원히 간직한 채 저세상으로 가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해 저세상으로 떠날 그들에게, 또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아무리 작고 소소한 삶의 여정이라 할지라도, 가장 고유한 그 삶 속에는 삶의 주인공이었던 개인이 가장 멋지게 경험했던 순간이 반드시 있다는 것, 그 순간은 영원히 향유될 만큼의, 즉 영원만큼의 동일한 가치가 있다는 것, 그렇게 우리 모두의 삶에는 그 어떤 시간의 흐름에도 퇴색되지 않고 영원히 빛나는 의미가 있다는 것 이란 단 하나의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